작고 아담한 편지지에 마음을 써보세요
강원도나 제주도 등 지방에 가면 ‘늦게 보내는 편지’라는 우체통이 있다. 군이나 도에서 기획한 듯 무료 엽서와 펜이 있고 우체통이 있다. 간만에 편지를 쓰려는데 누구에게 보낼까 고민하다 딱히 기억나는 주소도 없어 자신에게 보낸 기억이 있다.
이 얇디얇은 핸드폰이 생겨나고 세상은 바뀌었다. 예전처럼 길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는 일이 사라졌다. 보고 싶고 목소리도 듣고 싶은 이들은 화상 통화로 바로 연결될 수 있다. 말로 하기 어려운 고백이나 이야기도 이제 문자로 ‘띠롱’하고 보내면 그만이다. 모든 것이 발달되었는데 점점 감성과 지성은 진화가 아닌 퇴화가 되는 듯하다. 이러다 손가락도 문자를 보낼 수 있을 정도로 퇴화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움이 사라진 세상이 되었다. 애틋함도 사라져간다. 어머니에게 안부 인사를 보내고, 친구에게 우정을 보내고,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거나 애정을 표시할 때 우리는 모두 ‘편지’로 표현했다. 오죽하면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라는 말도 있을까. 심은경이 죽도록 웃겼던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 젊음을 얻게 된 주인공은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라는 노래를 불렀다. 예전에 유행한 이 노래를 들어보면 ‘전화해~!’가 아니라 ‘편지 좀 보내줘요~!’였던 사랑스러운 시대에 편지는 중요한 도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알베르 까뮈와 시몬느 보봐르는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도 언제나 편지로 대화를 나눈 연인이었다. 죽어가는 아들에게 ‘당당하게 나라를 위해 죽음을 택하라’라고 했던 박마리아 여사의 편지는 유명하다. 군대에서 어머니에게 받은 편지 중간에 눈물 자국이 있어 놀라 가슴에 편지지를 한참 품고 있었다는 슈퍼주니어 그룹의 최시원 말처럼 편지는 감동을 주는 무엇인가가 있다.
RETRO 감성을 좋아하는 Z세대가 등장했다. 타자기를 좋아하고 옛날 대중가요를 즐겨 듣는 이 시대의 젊은 세대가 과연 편지도 사랑할 수 있을까. 한자 한자 생각하고 지우며 연습하며 나와 상대방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그런 편지를 써보면 좋겠다.
K-PAPER의 사랑스런 편지지는 너무 크지도 않아 커다란 경기장에 남겨진 느낌으로 부담스럽게 글씨를 채워 나갈 필요도 없다. 이 가을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보면 어떨까. 나에게 쓰는 편지도 좋을 것이다. 바쁜 생활 속에 사라진 소중한 것들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